겨울의 끝자락에서 시작한 우리의 차 자리는 새로운 겨울을 맞이했다. 절기상으로는 동지가 지나면 봄이라지만 우리의 계절은 한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. 아홉 번째 차 자리에 원행 스님은 향로만 준비하고 향은 피우지 않았다. 차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매화 분재의 은은한 향기를 즐기라는 의미로...... 지금이야 온실에서 사시사철 온갖 꽃이 쏟아져 나오지만 옛날에는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동지섣달에 꽃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. 오죽하면 ⌜동지 섣달 꽃 본듯이 날 좀 보소⌟라는 노랫말이 있을까?